- 그냥 끄적이고 싶어서
- 상담한 내용이 자꾸 맴돌아서
오늘은 참 많은 이야기를 했다.
되게 되게 속상했던 일들이 내 입에서 터져나왔고, 묵혀두었던 나의 과거들을 뱉을 수 있었다.
그리고 참 신기했다.
정말 다시는 꺼내보기 싫어 억지로 더 감추려고 했던 그 감촉들, 그 냄새들이
지금 시점에서 다시 꺼내보니 그렇게 나를 갉아먹을 일이 아니었구나 한다.
그때는 정말 내 탓을 죽도록 하며 나를 괴롭혔는데, 이제 보니 모두가 겪을 수 있는 '사고'였구나 한다.
그건 스쳐지나간 것이지.
내가 잘못해서, 나에게만 내려진 벌이 아니라는 것이다.
그때는 왜 스스로에게 타박만 헀을까.
너가 잘못해서 이런 벌을 받는거라고. 개선하라고. 너가 성격을 고쳐야한다고.
오늘 나는 상담선생님께 2가지 칭찬을 받았다.
첫번째로는 착하다, 두번째로는 장하다.
그렇게 힘들었는데 주위 사람들의 불평불만을 다 들어주고, 그러면서도 이겨내며 잘 살아왔다는 것.
그 2가지에 나는 눈물을 가득 터뜨리고 말았다.
정반대의 말만 나에게 심어놓았었는데.
그게 일종의 방어였나보다.
나는 못되서, 남들 평가하고 잰다. 그러니 상처받지 않아야한다.
나는 운이 좋아서 잘 된 거다. 나는 열심히 한 적이 없다.
사실은 누구보다도 타인을 배려하려했지만 사이가 틀어질 때 가장 크게 속상했었다.
힘든 일들은 내 기분과는 상관없이 '괜찮다'고 치부해왔었던 것이고.
내가 인생의 불만을 해결하지 못해서, 그 울화를 나에게만 감내하도록 했기에
나 스스로는 내 못난 모습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던 것이겠지.
다른 사람 마음을 다치지 않으려고.
참 착했던 거다.
내가 고군분투하는 느낌이 싫어서
나는 운이 좋다고 위로했나보다.
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하는 내가 애잖아서.
나라는 사람에 대해 더 고맙고 한없이 미안하다.
타인처럼 대했다면 덜 상처 받았을까.
남에게는 그렇게 칭찬들을 하면서,
아니다
어쩌면 이것도 내가 사랑을 되돌려 받고 싶어서 취했던 전략일지도 몰라.
혹은 그렇게라도 하면, 내 속의 울분과 슬픔, 외로움이 긍정이라는 탈을 쓰고 감춰질까 해서.
내가 아팠고 힘들었던게, 말로 꺼내고 나니 그 무게가 가벼워지는 것 같아
속도 한결 가벼워진다.
분명 내 잠재의식 속에서는 아직도 마음에 못을 박는 일이었는데
빼내버리니 나를 더 이상 괴롭히지 않는 듯하다.
이제 그 일들을 떠올리면 이상하게 별로 힘들지 않다.
마치 남의 일인양..
신기하게도 무관심하게 쳐다볼 수 있다.
'그때 그런일도 있었구나' 하고
상담 덕분인걸까.
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볼 것이라는 두려움 없이 말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.
거기서 나는 해방감을 느낄 수 있었다.
맞다, 선생님이 그 말 해줬을 때도 무척이나 감동이었다.
'일이 힘들지 않아서가 아니라 XX씨가 강했기 때문에 이겨내고 지나간거에요'
나는 항상 나에게 생긴 불행을 최소화 시키는데 급급했던 것 같다.
그러면 상처를 덜 받았다고 착각할 수 있으니까.
나를 안전하게 하려던 그 다급함을 이제는 줄여봐야겠다.
있는 그대로. 조금씩 내려놓고.
힘든 건 힘들다 말할 줄 아는 용기를 가지기.
내 불행하고 어두운 모습도 사랑해주며,
나라는 인간의 역사를 존경해 줄 것이다.
지금도 이렇게 버티며 살아있고
매일 작게나마 웃을 수 있으니까
나라는 존재에게 무척이나 감사하다.
그간 힘들기도 많이 힘들었을텐데 그 때마다 잘 이겨내줘서 너무 고마워.
너한테는 항상 내가 있잖아.
언제라도. 항상. 끝까지.
그러니까 너무너무 고마워.
항상 붙잡아줘서.
그래줘서 정말 고마워.
2021년 10월 18일 홀로 앉아서 쓰는 편지.
- 그 때 나는 괜찮지 않았다. 잘 이겨냈을 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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