"눈으로만은 결코 한번에 붙잡을 수 없는,
그 순간 모든 감각으로 받아들인 그 느낌을,
풀어놓을 수 있는 곳
그것을 보여주는 것이 글이다."
어느 따스한 낮에 길을 걷고 있었다.
코너를 돌자 공원의 나무들 사이로 햇빛이 찡하게 솟아 나왔다.
이 강렬한 행복을 마주하고 나는 바로 핸드폰을 꺼냈다.
문득 이 풍경을 제대로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.
나는 카메라 어플을 켜지 않았다.
대신 틈틈이 글을 적어두는 메모장을 꺼내들었다.
몇글자 적어둔 후 잠깐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.
'한 손만 움직이면 수백만 화소의 사진을 건질 수 있는 아이폰이
어떻게 그저 글을 적어두는 기계로 전락한거지?'
분명 시각적인 정보는 무엇보다도 잘 담아둘 것인데,
그 당시의 내 생생한 감정은 보이지 않아서인가보다.
둘 이상이 함께할 때는 사진이나 동영상이 훨씬 생생한 추억을 남겨준다.
아마 해당 사람과 직접 심정을 공유하며 내 경험을 정리해두기 때문 아닐까.
그래서 사진만 봐도 그 때 했던 말과 행동들이 기억나는 것일테다.
하지만 혼자서 만나는 감동은 보통 입으로 표현되지 않는다.
내 눈에 들어오는 것뿐만이 아니라 피부로 느껴지는 무언가가 흐르며 가슴을 뜨겁게 할 뿐이다.
우리는 그 기억을 붙잡으려 글을 쓰는 것일지도 모른다.
꼼꼼히 보지 않으면 사진에서는 햇빛이 어떻게 나무사이로 아름답게 일렁였는지 알 수 없다.
그저 감동의 순간이 있었던 것임을 기억해낼 뿐이다.
글을 써두는 것은 그때의 감정을 한 발자국씩 다시 걸어볼 수 있게 한다.
어딘가로 흘러가버릴 순간의 기억들을 온전히 내것으로 간직하게 되는 것이다.
일상에서 당첨되는 행복감은,
잘 붙잡아 저금해두기만 해도 마음의 자산이 불어난다.
시와 노래들은 이렇게 탄생되지 않았을까.
그들이 담아두는 가치는 무엇일까.
나는 또 어떤 감정을 담아두고 싶어질까.
여러가지 질문거리를 던지며
'글쓰기'라는 즐거운 여정에 한 발자국 더 내뎌본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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